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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창 너머로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달래, 냉이, 쑥 등 봄의 전령사들이 힘차게 약동하는 모습으로 새싹을 내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내 몸에서도 봄맞이를 하려는지 피곤하고 나른해지는 이른바 ‘춘곤증’이라고 하는 불청객이 찾아와 졸음을 안겨준다.시골에서 자랄 때 어머니께서는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싱싱한 봄나물로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밥상을 차려주어 나른한 봄을 이겨내도록 해 주시던 추억이 새롭다.봄나물하면 먼저 달래가 생각나는데 달래는 비타민 A, B, C가 고르게 함유되어 있고, 칼슘과 칼륨도 많이 들어 있다. 달래는 주로 된장과 함께 찌개를 끓여 먹거나 겉절이로 해서 먹기도 한다. 달래의 효능을 보면 피로가 해소되고, 면역력을 증가시키며, 스트레스 해소와 빈혈, 그리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냉이는 쑥이 나기 전부터 밥상에 올라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식물인데 주로 국을 끓이거나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냉이는 단백질과 비타민 A, C, B1과 칼슘, 철분 등이 풍부해서 춘곤증 예방과 해독,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높다고 한다. 냉이는 논냉이, 황새냉이, 다닥냉이, 말냉이 등 종류가 다양하고 ‘나생이’라고도 불리며 보릿고개 시절 건강을 지켜 준 소중한 봄나물이었다.달래나 냉이만큼 우리네 식탁에 자주 오르는 머위는 어린 순을 따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먹거나 잎을 데쳐 쌈을 싸 먹으면 향에 취해서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봄철 입맛을 돋우면서 봄감기 치료용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채취해서 먹을 수 있다.봄철 채소 중 미나리는 특유의 향과 신선한 맛이 있어서 먹고 나면 입안이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어린잎을 데쳐 먹거나 생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민간요법으로 생잎은 폐렴이나 간염치료에 이용하고 전신부종 치료나 해독용으로 약용하며, 기력회복에도 사용된다.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쑥은 봄철 대표 식물인데 독특한 향이 일품으로 새순은 국을 끓이거나 떡이나 음식의 향을 내는 재료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쑥은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성질이 있어서 뜸쑥이나 혈액 순환 개선, 습진이나 피부 가려움증에는 쑥을 달인 물로 씻으면 좋으며 가래, 기침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봄철 산에서 얻을 수 있는 식품으로서는 취나물과 두릅을 들 수 있는데 취나물은 우리나라 전역의 산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산채이지만 지금은 밭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소득작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취나물은 칼륨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인데 주로 잎을 쌈으로 이용하거나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한방에서는 줄기와 뿌리를 진통이나 진정제로 이용하고 있으며, 취나물 또한 보릿고개 시절 식량대체 작물 노릇을 톡톡히 했다.두릅은 주로 양지바른 산기슭에 자생하고 있는데 봄철에 나는 산채 중 으뜸으로 불리며 새순을 데쳐서 식용으로 하고 있다. 두릅에는 칼슘 함량이 많아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쓰이거나 초조감을 달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이용한다. 특히 두릅에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봄철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 보충식물로 알려져 있다.이제 새봄을 맞아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식약동원(食藥同源)의 뜻을 담은 봄나물들이 얼마나 힘찬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릿고개 시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캐먹었던 풀들이 배를 채워주는 식품이 되었는가 하면 영양부족으로 인한 병을 낫게 하는 약초가 되었듯이 이들을 보존하고 지켜가야 하는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아픈데도 없는데 봄만 되면 기운이 없다고 하면서 모든 걸 계절 탓으로만 돌리는 분들과 내 몸 공부 좀 해서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에게는 올봄엔 세상없어도 싱싱한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면서 건강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를 적극 권한다.
16.03.09.창조경제(Creative Economy)는 산업화시대, 정보화시대, 지식기반경제를 잇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며, 1990년대 후반 영국 및 UN을 중심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산업이다. 그러나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창출과 산업 발전의 체계적 실현을 위해서는 신성장 산업 발굴, 전통산업의 혁신 및 경쟁력강화, 대중소기업의 상생 및 협력시스템 구축, 내수 서비스업 육성, 고용시스템 개선, 일가정양립을 위한 제도, 유연근로제 정착, 투자활성화 등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창조경제란 기존의 경제구조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변환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여성의 관계중심 정체성 확보 능력, 공감의 능력과 감수성, 적극적인 소통 능력과 상호적 이해 능력, 조화와 용서의 미덕 등은 여성의 장점일 뿐만 아니라 창조경제 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요소이다.따라서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모델인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대응할 수 있는 융합 지식을 가진 여성창업활성화와 여성인재 발굴 및 활용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그리고 현재까지의 여성창업이 전통적인 저 부가가치 창업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3D프린터, 가상현실(VR) 제품 등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문화와 생활에 아이디어를 접목한 고부가가치 여성창업이 활성화될 것이다.지금은 여성이 기술, 자본이 없고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만 있어도 사업의 실현을 돕는 창조혁신센터, 지자체, 중소기업청,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등에서 여성 창업가에게 제공하는 창업교육, 컨설팅, 지원제도 등 많은 창업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다.여성창업은 잠재적인 노동력으로서 여성인력의 활용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여성기업의 경제성장이 국가발전에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따라서 여성창업지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이나 과학기술혁신에서부터 창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별 애로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제거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또한, 개인의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를 지식재산화해서 아이디어 또는 기술 창업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지식재산권 관련 법제, 산업간 융합 촉진 지원, 부처 간 협력시스템, 창업 후 판로개척, 운영자금지원, 연구개발지원 등을 통해서 창업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16.02.26.닷새간의 설 연휴가 끝났다. 설날 차례상에 올랐던 음식을 며칠 동안 나눠 먹은 집들도 있을 터이다. 경상도만의 특징이기도 한데, 차례상에 문어를 올리는 집안이 많았을 것이다. 이 문어는 알면 알수록 신비한 동물이다.문어는 연체동물 두족강 팔완목 낙지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8개의 다리를 가지며 다리에는 빨판을 가지고 있다. 눈은 척추동물 눈과 구조상 비슷하며 뇌는 인간의 1/600 크기지만 바다의 현자라 불릴 만큼 잘 발달해 흉내와 모방 사고능력과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을뿐더러 장난도 친다. 지능을 잴만한 척도가 없어 추정치이지만 육지의 개(Dog) 수준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어류 명칭에 글월 문(文)자가 들어간 것은 문어가 유일할 것인데, 물론 글과 선비를 상징하는 먹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어의 뇌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발달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높은 지능 덕분에 개미 등과 함께 인류 멸망 이후 지능적인 문명을 세울 생물로 지목되기도 한다.손만 잡아도 임신된다? 문어를 두고 이르는 말문어는 생식기가 다리에 달려 있어서 교미도 다리를 이용한다. 따라서 손만 잡아도 임신이 된다는 말은 문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수컷은 8개의 다리 가운데 끝 부분에 빨판이 없고 둥근 모양인 생식 전용 다리를 가지고 있다. 가장 긴 다리를 기준으로 1번부터 번호를 붙이는데 3번째 다리에 해당한다.이를 이용하여 짝짓기를 하는데 체내 수정이지만 기타 동물들과 다른 특이한 생식활동을 벌인다. 마음에 드는 암컷과 짝을 이루면 이 촉수로 자신의 정자주머니를 떼 내어 암컷에게 건네고 암컷은 수컷이 마음에 들면 이 정자 주머니를 받아서 보관하다 알을 낳기 전에 몸에 넣어 수정시키는 매우 신사적이고 점잖은 생식활동을 벌인다.하지만, 일부 문어는 알을 낳아 지키고 있는 암컷 문어를 습격하여 알을 모조리 잡아먹는 경우도 있다. 이 잔인함은 사자 집단에서도 볼 수 있듯 자연계에서는 상당히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두족류의 다리가 몇 개인지 재미있고 간단한 구분은 전체적으로 몸이 둥글게 생긴 것은 팔이 8개이고, 약간 길쭉하게 생긴 것은 10개이다. 예로 문어와 낙지와 쭈꾸미 등은 다리가 8개이고, 오징어 피둥어 꼴뚜기 등은 다리가 10개이다.이 종은 야행성으로 낮에는 바위의 구멍 등에 숨어 있다가 밤에 나와서 갑각류·조개 등을 잡아먹는다. 좁은 공간에 가두어 두면 공식현상도 가장 많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자기 다리를 잘라먹기도 한다. 심해에 사는 대형종은 상어도 잡아 먹는 포식자이다. 산란은 봄·여름에 바위 밑에 포도송이 모양의 알을 낳고 수명은 높은 지능을 가진 것에 비해서 미스터리할 만큼 짧아서 2~4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2~4년 짧은 수명 동물임에도 지능이 높은 것은 연구 대상이렇게 짧은 수명인 생물이 어떻게 지능이 높은지도 연구대상이다. 분포지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의 난대·온대 연안에 서식한다. 이 종은 공격 능력이라고는 거의 전무하여 천적을 만났을 때는 100% 줄행랑을 치는데 도망가면서 먹물을 뿜고 가는데 이 먹물에 점성이 있어서 물속에선 덩어리처럼 보인다.그 때문에 천적이 먹이로 착각하여 공격하기도 한다. 어떤 종류의 문어 먹물에는 독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최근 치명적인 독이 있는 문어인 파란고리문어가 제주도 인근에서 발견되었는데 그런 종이 해당한다.문어는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먹이 질량의 60%를 자신 몸무게로 바꿀 정도로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문어는 경상도·전라도·강원도·함경도의 고을의 토산물이라고 했는데 예전에도 동해와 남해에서 많이 어획하였음을 알 수 있다.<전어지>에는 단지를 던져 문어 잡는 법을 소개하는데, 이에 따르면 “보통 문어를 잡는 데는 노끈으로 단지를 옭아매어 물 속에 던지면 얼마 뒤에 문어가 스스로 단지에 들어가는데 단지가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단지 하나에 1마리가 들어간다.”고 하였다.이는 바다 밑 바위틈이나 굴 속에 숨어 지내는 문어의 습성 때문이다. 이 방법은 50~60년대까지도 지속되었다.문어의 조리법과 약효를 규합총서에서는 “돈(豚;돼지)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배·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쇠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머리를 고아 먹으면 낫는다.”고 하였다.<동의보감>에서는 “성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먹어도 특별한 공(功)이 없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삶아먹는 경우가 많다.일본에서는 말린 문어로 국물도 내고, 문어밥이라는 요리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예로부터 제사상이나 혼례상 등의 관혼상제나 임금님 수랏상에나 올릴 만큼 귀한 식재료 대접을 받아왔는데 특히 경상도 해안지역에서는 결혼, 생일잔치에는 문어는 필수이며 문어가 없으면 잔치가 아니라고 했다.말린 문어는 공들여 오려서 국화, 소나무, 매화, 봉황 등으로 모양을 내어 상차림 장식으로도 활용했는데, 이를 문어조(文魚條)나 문어오림이라 한다.특이하게도 문어는 뇌는 하나지만 다리도 사고하는 기능이 있다. 과학자들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수영하거나, 포식과 같은 행위는 뇌가 직접명령을 내리지만 나머지 뻗고 구부리는 등의 세세한 동작은 다리가 알아서 하고 심지어는 뇌의 명령 없이 미각과 촉각 활동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어의 피부는 상황에 따라 빛깔을 바꿔 보호색의 역할을 하거나, 싸움이나 짝짓기 시의 자기 과시의 역할을 한다. 이 종은 이러한 색 변환이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다. 특히 보호색이 그러한데, 자신이 있는 바닥의 색과 모양 등의 패턴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대로 자신의 색을 바꾼다.이러한 신속하고 정확한 변화를 위해서는 그만큼 빠른 두뇌회전이 필요할 것이다. 피부 조직이 어떻게 바뀌는지의 메커니즘 정도는 밝혀냈지만, 그토록 색상을 빠르고 정확하게 바꾸는 문어의 지능과 그에 연동한 작동 방식 등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공격성은 없지만 맹독성 문어 있어 주의최근 제주도 일원에서 발견된 파란고리문어는 맹독성 문어로 만난다면 무조건 피해야 한다. 물리면 온몸이 마비되거나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 맨손으로 잡지 말아야 한다. 서양이나 서아시아에서는 이런 오징어나 문어같은 생물을 몹시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동양에서는 문어의 촉수=다리로 보고 서양에서는 문어의 촉수=입술로 보기 때문이라고.<성경레위기>에서 ‘비늘없는 생선’은 먹지 말라고 한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참고로 문어와 오징어는 건조하거나 해체하면 은근히 구분하기 어렵지만, 다리의 빨판으로 구분 가능하다. 오징어는 다리의 빨판 끝이 오돌토돌한 톱니 모양이며, 문어는 다리의 빨판 끝이 편편한 모양이다. 또한, 문어는 숨은 약점이 있는데, 둥근 몸통 가죽을 쇠꼬챙이 등으로 뒤집으면 무력화된다.가장 큰 급소는 눈과 눈 사이로 그 부분을 찌르면 즉사한다. 문어 같은 두족류의 손과 발 구분은 머리를 때렸을 때 머리에 올라가는 부분이 손으로 보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16.02.11.명절이라고 하면 누구나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을 떠올릴 것이다. 고향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타향에서 찾아오는 가족과 친지를 기다릴 것이고, 타향살이에 지친 사람들은 고향사람들과 추억이 남아있는 터전을 찾아 위안을 받고 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방문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아직까지 한국의 명절은 남편의 집을 먼저 방문하고 제사나 가족모임을 한 후 대부분 아내의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여서 가족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보아도 어린시절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있고 없음에 따라 소외감을 느끼는 구성원이 있을 수 있다.결혼을 하여 한국에 정착하고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의 명절은 어떨까? 구구절절 설명이 없어도 그 심정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 가족들이 모여서 하는 대화에 있어서도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의 한 페이지가 없고, 동서들이 친정으로 하나 둘 떠나도 그 자리에 남을 수밖에 없는 위치이다.인권의 황금율은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를 대접하는 것’이라고 한다.이에 우리 경남에서는 명절이면 여성들이 제일 가고 싶어하는 친정으로 6개국 16가족 60명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인 ‘설 명절 친정 나들이’를 지원한다.도내에 정착해 모범적인 가정생활을 꾸려가면서도 오랫동안 친정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다문화가족에게 정서적 안정 및 가족화합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진행되는 사업이다.아내에게 친정방문을 시켜주지 못한 남편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쌓여 있던 체증이 내려가는 심정이라고 한다. 물론 아내는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너무 좋아서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자녀들도 외갓집 방문일정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책의 내용처럼 사람의 마음이나 마음에서 파생된 감정은 돈으로 교환 불가능함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결혼으로 이 땅에 이주한 여성들에게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화폐로 교환할 수 없는 가치이다.그 어떤 명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것이 외로움이고 그리움일 것이다.이번 방문으로 남편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겪는 불편, 음식과 문화차이를 몸소 느끼며 아내의 한국생활을 이해하고, 자녀들은 어머니 나라에 대한 문화를 경험하는 계기가 되고 외가 가족들을 만나면서 이중언어습득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될 것이다.누군가에게 일상인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는 것이 친정나들이이다. 다가오는 설 명절 다문화가족들이 아주 특별한 설 선물인 친정나들이 추억을 자산으로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하길 희망한다.
16.01.26.<경남이야기>로부터 칼럼 요청을 받고 무엇을 쓸지 고민했다. 농촌에 살고 있는 터라 겨울 농촌에선 이야깃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팜 파티(Farm party)’. 지난 가을, 아름다웠던 그 기억이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산비탈에 있는 석천농장으로 간다. 무학산 시루봉을 마주한 농장에 펼쳐놓은 가을 햇살 따라 바람도 살랑댄다. 산 능선 위로 구름이 피어오르는 자연을 배경 삼아 ‘팜 파티’가 열린다고 상상하니 즐거워진다.읍내 삼거리에 ‘원이 단감에 오감을 맛보셔요.’라는 플래카드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걸음을 재촉한다. 오늘은 소비자가 직접 과수원을 찾아 탐스럽게 익어가는 단감의 맛을 체험하며 쏠쏠한 수확까지 할 수 있다.지방자치단체 기술지원센터에서 농가 지원 사업으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는 ‘팜 파티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문화의 불모지인 농촌에 잠시 기운을 북돋아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단감이나 대추, 블루베리 농장과 차(茶)를 가공하여 만드는 곳을 찾아가며 체험을 공유할 수 있다. 인근 지역에 살면서도 도시민들이 농가를 직접 찾아가는 기회가 드문 일이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고충을 들으며 소통할 수 있다.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린 대추를 한주먹 따는 기쁨을 맛보거나, 신선한 농산물을 직접 채취하여 구입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과수원으로 오르는 초입에는 갓 피어 윤기 흐르는 억새가 줄지어 서 있다. 넓은 바위에 한 생을 펼쳐놓은 담쟁이넝쿨은 한 폭 풍경화다. 만여 평이 넘는 산비탈에 감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긴 숨을 내뿜는다. 허리가 구붓해진 감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린 감이 볼을 붉히느라 한창이다.대를 이어가며 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이 흔치 않지만 석천농장주는 이곳에서 아버지의 농업을 고스란히 지켜가고 있다. 그는 1983년 4H 활동을 시작으로 이듬해 후계 농업인으로 선정되어 오직 감나무의 수형을 잡아 전지를 하며 과수원을 돌보는 일에 전념했다. 단감 특허등록을 받았을 때의 기쁨을 어눌한 말로 전하는 그에게 더욱 정감과 신뢰감이 느껴진다. 비가 많이 내려도 걱정이고, 새순이 터질 무렵에 가뭄이 길어지면 가슴이 타들어 가 밤잠을 설쳤다고 전한다. 그럴 때마다 그의 아버지가 괭이 한 자루로 묵묵히 돌산을 일궈내었던 그 뜻을 새기지 않았을까. 한 입 깨물면 달달한 맛을 안겨주던 감 한 알이 꿈꾸었던 시간들을 다시금 반추해 본다.박식한 지식과 탄탄한 기술과 경험을 접목시켜 가는 젊은이들의 손에 농업의 밝은 미래가 있지 않을까 한다.이번 프로그램은 시골의 정서와 황금빛 넘치는 계절의 풍요를 만끽할 수 있다. 가까운 지인들과 손님을 초대하여 한 끼 식사를 대접하며, 마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재능기부까지 정이 넘쳐나는 팜 파티다. 도시민들에게 청정지역의 신선한 농산물을 보급하는 자긍심을 엿보며 정성스럽게 준비한 오미자차 한 잔으로 목을 축인다. 점심으로 준비한 조촐한 연밥은 소풍 날 먹었던 주먹밥처럼 추억을 불러오게 한다. 감나무 그늘 아래서, 또 여기저기 바위에 걸터앉아 농가에 얽힌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먹는 점심이 달다.농장체험과 동시에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정보들을 교환하는데 어설프게 만든 즉석무대에서 축하의 공연이 펼쳐진다. 축하의 노래와 기타소리는 산울림이 되어 흐른다. 시낭송에 이어 농장주의 두 아들이 ‘무조건’이라는 노래를 개사하여 부르며 흥을 돋운다. ‘엄마가 부르면 언제든지 과수원으로 달려올 거야.’라며 박진감 넘치는 춤과 노래에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인근 마을의 블루베리 농장에 이어 석천농장의 650여 그루의 감나무들이 오늘을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찰랑대는 볕에 익어가는 감들이 가지 끝에서 고개를 숙였다. 산새들도 나뭇가지를 물고 둥지를 찾던 그 가을날, 내 마음에도 단풍물이 들었다.
16.01.14.